오랜만에 다시 떠나보는 캠핑. (그래봐야 2주 만이긴 하지만.) 가까우면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곳을 선택해 봤는데, 그래서 선택한 곳이 연미향마을. 후기가 많지 않아 불안하긴 했지만, 그래도 몇 안되는 후기들이 나쁘진 않다고 해서 떠나본다.
휴게소에 잠시 들려서 아이스크림 하나씩. 이날은 너무나 더웠다.
둘째도 아이스크림 하나. 아이들은 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다 먹지는 못한다.
마을 입구 비어있는 자리에 친 텐트. 숲 속에도 자리는 있지만 이미 만석인 상태. 이때부터 좀 심상치 않았는데, 관리하시는 분은 사이트 어디에 치면 된다고 안내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아무데나 치라고 한다. 구획선도 명확하지 않아 좀 난감했다. 저 위치 옆에 오두막이 있어서 치긴 했는데, 관광 버스 타고 온 손님들이 써야 한다고 오두막에서 놀구 있는 아이들을 쫓아내는 사건까지 있었다. 아무래도 연미향 마을은 캠핑장이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는 곳인 것 같았다.
그나마 체험 프로그램이라도 괜찮았다면 좋으련만. 시간이 되서 가 봤더니 사람 수도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아이들은 앉을 자리도 없고.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그냥 모양 틀에 떡가루를 넣는 것 정도. 결국은 첫째는 재미 없다고 가 버리고 둘째만 남아서 해 보는 중. 그나마도 30분 후에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시간을 놓쳐서 받아오지도 못했다.
이날은 매우 더웠다. 아이들도 지쳤는지 돗자리 위에서 잠들어 버린다.
이건 내 의자인데, 첫째가 차지하고 앉아버린.
이번 캠핑에서 캠핑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안 좋은 일은 다 겪은 것 같다.
- 사이트 관리가 되질 않는다. 여기가 텐트칠 자리인지 구분조차 안되고 구획 구분도 없어서 몇 동이나 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. 그나마 있던 자리도 청소가 제대로 안되서 여기저기 쓰레기 투성이. 전기도 되는 줄 알았는데 연결할 곳이 없었다.
- 개수대도 엉망. 그래도 온수는 나오는 것 같은데, 한 사람이 서 있을 자리도 너무 좁아서 설겆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. 그리고 세면대가 따로 있지 않아서 개수대에서 세수를 해야 하는 상황
- 화장실이나 샤워시설도 관리 부족. 화장실 세면대에 물이 막혀 있는데 몇시간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더라. 샤워 시설도 바닥이 더러워서 들어가기 꺼려졌다. 결국 1박 2일이니 그냥 버텨서 집에서 씼었다.
- 위치가 도로변이라 밤 늦게까지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. 차를 텐트 옆에 세울 수도 없었고 수도권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밤 늦게까지 들락날락하는 차량이 너무 많더라.
- 여기 방문하는 캠핑객들도 개념이 좀 부족한 듯. 물론 하루 캠핑 체험을 위해 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,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풍등을 날리려고 하는 건 정말 아니다 싶지 않을까. 결국 내가 나서서 말리긴 했지만.
- 여러 체험 프로그램들은 수시로 운영하는 것 같긴 했다.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으려면 초등학생은 되어야 할 것 같다.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 패스.
- 캠핑장 내 놀이 시설이나 기타 시설이 없다고 보면 될 듯. 움막집 등 몇가지 시설물을 갖춰놓긴 했지만,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. 군데군데 원두막이 있긴 한데, 큰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고 다들 해먹을 걸어놔서 어린 아이들이 선뜻 올라가서 놀지도 못하더라.
위 모든 것이 만약 1박에 2만원 미만의 캠핑장이었다면 아마 용서가 됐을 것 같다. 하지만 이 캠핑장은 1박에 3만원짜리 캠핑장이다. 아마 다시는 찾지 않을 캠핑장이 될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