톱밥들은 작년에 사두었던 것이 많이 남아있어서 그걸 사용했다. 그런데 몇달을 방치해 놓은 탓인지 밀봉되어 있던 톱밥들도 안에 수분이 많이 날라간 상태였다.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분무기를 이용해 수분을 보충해 주긴 했는데, 애벌래들이 좋아할지는 좀 두고봐야겠다.
톱밥 갈이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. 먼저 새 유충통을 하나 준비하고 그곳에 새 톱밥들을 채워 넣는다. 그런 다음 기존 유충통에서 톱밥을 조심스럽게 꺼낸다. 보통은 스푼을 이용해서 꺼내는 게 정석인데, 난 그냥 통을 뒤집어서 살살 두들겼다.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안에 있는 애벌래들이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받게 하기 위해서다. 애벌래가 나오면 그 애벌래를 준비해 놓은 새 유충통에 넣어준다. 기존 톱밥들은 애벌래 똥을 거르는 채를 이용해서 똥들은 버리고 남은 톱밥은 재사용한다. 참고로 이 애벌래 똥은 거름으로 쓰기엔 최고인 것 같다, 똥이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럽지는 않다. 그저 뭉쳐진 흙덩이 처럼 보인다고 해야 하나. (처음 키울 때는 이게 똥인지 모르고 톱밥을 갈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. 그것도 다 톱밥인 줄 알고. 흐.) 지렁이가 땅 속에 있으면 좋은 흙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. 아파트 화단에 뿌려놨으니 식물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.
애벌래를 새 유충통으로 옮길 때 성별 감별을 했다. 숫놈은 배 부분에 역삼각형 모양의 정낭이 뚜렷하게 보인다. 원래 애벌래 배에는 검은 무늬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언뜻 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, 몇번 보니가 이제는 이게 그거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. 암수를 구분하여 레이블을 달아놓았지만, 처음에 구분한 것들은 잘 모르고 한 거라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.
가지고 있던 유충들이 총 19마리인데, 오늘 성별 감별 결과 숫놈 8마리, 암놈 7마리, 그리고 톱밥 부족으로 교체를 못한 거 4마리로 나왔다. 1쌍은 직접 키울 예정이고, 6쌍은 원하는 지인들에게 먼저 선분양을 해 줄 생각이다. 물론, 성별이 100% 맞을 거라는 확신은 없다.
워낙 오랫동안 방치해 놨던 거라 그런지 유충통 안이 거의 똥으로만 가득차 있었고 애벌래들도 많이 자라지 못한 것 같다. 이제 새 먹이들을 넣어줬으니 잘 먹고 잘 크겠지. 예상으로는 앞으로 우화할 때까지 톱밥을 갈지 않아도 될 것 같다. 새 톱밥을 인터파크에서 주문을 해놨다. 남은 4마리는 다음 주말에 갈아줄 예정이다.
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, 큰 유충통에서 자란 녀석들이 좀 더 크기가 큰 것 같았다. 아마 먹이를 그만큼 많이 먹어서일까? 다음번 애벌래들을 키울 때는 큰 유충통에서만 키워야 겠다.